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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4 Office
Renewal

“정성을 다해 땀 흘려 키운 작물을 세상에 내놓는 농부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사무실. 씨를 뿌리며 논밭을 일구는 사계절 농사의 과정을 이곳에 고스란히 담았습니다.”

문학적 기교와 심오한 지성으로 현존하는 최고의 미국 작가로 손꼽히는 폴 오스터의 회고록을 보면 젊은 시절 글쓰기를 시작한 그의 작업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먹고 자고 생활하는 일상의 공간이기보다 오로지 글을 탄생시키기 위한, 작가의 고독이 담긴 공간. 그는 글을 쓰다 잠시 외출할 때에도 작업실에서 하던 고민과 생각들을 남김없이 몰고 나왔다가 다시 들어갔다고 표현합니다. 그의 작업실은 깊이 있는 사색과 무한한 상상력이 발휘될 수 있도록 온전히 비어 있어야만 했습니다. 작가 개인의 철학이 담긴 이 고독의 공간에서 전 세계 독자들이 사랑하는 많은 소설들이 탄생했습니다.

우리의 사무실도 소중한 작품을 탄생시키는 하나의 아틀리에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무실은 회사의 철학과 신념을 담고, 구성원들의 개성도 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하겠지요. 점점 스마트화되어가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도 본질적인 가치들은 변하지 않습니다. 물리적이고 구조적인 편리성을 뛰어넘어 더 깊이 있는 고민을 끌어내 주고 자유로운 생각을 펼칠 수 있는 유연한 업무 환경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구성원 개개인이 회사의 목표와 방향성에 동의하고 사명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 자신의 재능을 업무를 통해 증명하고 회사로부터 인정받고 보상받으며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영어 work and life balance의 발음을 우리말로 줄여 만든 신조어)을 누릴 수 있는 게 아닐까요. 우리는 이러한 생각의 전개 끝에 업무수행 방식에 대한 우리만의 철학과 신념을 사무실 공간에 표현하기로 했습니다.

농부는 땀과 정성으로 땅을 일구고, 성실함으로 작물을 가꾸어 결실을 세상에 내놓습니다. 클라이언트에게 받은 프로젝트를 정성껏 디자인하여 세상에 내놓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의 모습이 농부의 일상과 매우 닮았다는 점에서 모티프를 찾았습니다.

먼저 농사의 상징을 대표하는 ‘비닐하우스’를 사무실 안에 설치해 공간을 나누기로 했습니다. 공간의 목적에 따라 ‘설계 부서’, ‘시공 부서’, ‘라운지’로 나눠 총 3동의 비닐하우스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농사의 과정에 대입하여 우리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을 표현했고, 공간에 따라 어울리는 디자인 요소들을 사무실 곳곳에 배치했습니다. 전체적으로 그래픽과 디스플레이 등의 요소에서 직접적인 표현 방식을 사용해 우리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담아보았습니다.

1동은 ‘설계 부서’ 공간으로, 농부가 밭을 갈고, 새싹이 움트기 시작하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프로젝트에 맞게 생각을 전개하며 설계를 시작하는 단계가 농사의 시작과 같은 맥락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농부가 한 해의 농사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밭을 갈아엎고 돌을 골라내는 것처럼, 우리도 이 단계에서 불필요한 생각의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여러 가지 방식으로 영감을 얻습니다. 또, 농부가 생명의 싹이 움틀 때까지 기다리듯, 프로젝트의 컨셉을 위해 오랜 시간 고민하고 생각을 나누는 대화를 충분히 갖습니다. 1동에는 이러한 업무의 과정과 맥락을 반영한 아이디어 보드를 배치했습니다. 이 보드에는 구성원들이 각종 전시나 책 정보를 자유롭게 게시해 서로 영감을 주고받고,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습니다.

2동은 ‘시공 부서’ 공간으로서, 작물이 자라나고, 꽃을 피우는 시기를 표현했습니다. 본격적으로 프로젝트가 시작되어 조금씩 가시화되어가는 이 시기는 한시도 게으를 수 없는 농부의 여름과 같습니다. 지속적인 무더위로 잎이 마르지는 않을지, 폭우로 인해 꽃이 일찍 떨어지지는 않을지, 해충의 피해로 작물이 병드는 것은 아닌지, 변화하는 환경에 맞게 작물의 상태를 주시합니다. 이처럼 시공 시기에는 우리가 설계한 내용이 잘 실행되고 있는지 살피고 혹시라도 변동되는 상황이 생기면 그것에 맞게 대처하는 지혜와 유연함이 필요합니다. 이곳에는 시공 부서에 어울리게 마감재 샘플을 전시할 수 있는 영역을 구성해 보았습니다. 한눈에 시공 부서 공간임을 알려주는 상징적인 부분이면서 마감재 별로 카테고리를 나누어 언제든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해 실용성을 강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3동은 구성원이 모여 회의를 하거나, 일하다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라운지 공간’입니다. 이 공간에는 다 자란 작물을 수확하는 과정과 농부의 뿌듯한 마음을 담아보았습니다. 이를 위해 3동에는 프로젝트의 결과물들을 확인할 수 있는 잡지를 게시할 수 있도록 수납 선반을 꾸며 보았습니다. 나무 재질의 사과 상자로 수납함을 만들고 그 안에 연도별로 나눠 잡지를 전시했습니다. 벼 형태의 책갈피를 만들어 잡지마다 꽂아두었고, 책갈피 수를 세어보면서 농부의 마음으로 해당연도에 수확한 프로젝트의 양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재미를 더했습니다. 

사무실을 새롭게 구성하면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 회사의 철학과 신념을 재확인하고 그것을 즐겁게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우리가 일하는 공간이 아닌 우리가 함께 ‘존재’하고 싶은 공간에 대해 고민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우리의 깊은 고민과 창의적인 생각이 담긴 이 공간 안에서 앞으로도 농부의 마음으로 일을 대하고 그 초심을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또, 일 때문에 자신을 잃어버리지 말고 자신의 꿈과 가치들을 잘 가꾸어 개인의 인생에서도 풍성한 열매들을 얻게되길 기원합니다. 나아가 새로운 클라이언트와 미래의 구성원들도 우리의 사무실을 방문하게 된다면 창의적이고 성실한 농부들이 이곳에서 생명력 있는 가치들을 키워내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공감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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