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 Handcart Project Season3
Genre : Social Contribution
Address : 431-28, Singil-dong, Yeongdeungpo-gu, Seoul
Client : Handcart Owner
Involvement : Fundamental Plan, Craft
Date : 2015.11
“행복이 행복을 견인하는 디자인을 경험했습니다.”
아직은 모두가 잠들어 있는 어두운 새벽, 저 멀리 누군가 하얀 입김을 내쉬며 천천히 다가옵니다. 자신의 작은 몸집에 몇 배는 돼 보이는 짐을 손수레에 싣고 고물상으로 향하는 분들입니다. 낡은 손수레를 보니 어르신들의 고단한 삶이 느껴집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폐지 줍는 어르신들에 대해 많은 편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쩌다 저렇게 고단한 일을 하시게 된 걸까 하고 오만한 마음을 품기 쉽습니다. 지난 세월이 묻어있는 손수레는 이미 많이 녹슬었고 여기저기 허름한 모습입니다. 삐걱 거리는 바퀴는 조금만 더 사용하면 금방 빠져버릴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그들에게도 누구보다 귀한 가족이 있습니다. 화려한 젊은 시절을 보낸 분도 있고, 지금도 충분히 자신만의 가치와 낭만을 즐기는 분도 있습니다. 부족한 것 없이 살면서도 건강하게 용돈이라도 벌어 쓰시겠다며 새벽길을 나서는 분들도 있습니다. 손수레에 실린 많은 폐지와 각종 고물이 어르신들의 부지런함을 말해줍니다. 오히려 겉모습만 가지고 쉽게 판단을 내리는 우리들의 오만과 편견이 허름한 손수레의 모습을 닮았다는 걸 깨닫습니다.
반성하는 마음과 함께 늘 자신의 인생에 최선을 다하시는 어르신들에 대한 사랑과 존경의 마음을 담아 그분들의 손수레를 새롭게 꾸며드리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어두운 곳에서 달리는 차 옆으로 아슬아슬하게 다니시는 어르신들이 좀 더 안전하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싶었습니다. 또, 세상의 편견으로부터 한걸음 멀어질 수 있도록 그분들의 손에 쥐어진 손수레를 빛나게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우리는 ‘안정성’과 ‘심미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방법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이 작업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말고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누구나 관심이 있다면 시도하고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려면 누구나 쉽게 다룰 수 있는 재료로 간결하고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작업 방식을 선택해야 했습니다. 손수레가 예쁘게 변신하는 작업 자체가 흥미롭고 재미있는 일이 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먼저 낡고 부서진 손수레를 꼼꼼하게 살피고 고장 난 곳을 수리하는 것으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손수레 한 대당 2인 1조로 투입하여 손수레 바닥과 바퀴, 손잡이 등을 세심하게 고쳤습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형광 테이프라는 간단한 소재를 활용해 손수레에 여러 패턴을 입혔습니다. 똑같은 무늬들이 아니라 손수레마다 각각 개성 있는 무늬를 입혔습니다. 노란색, 검은색, 파란색, 흰색, 빨간색, 초록색 등 선명한 색을 선택했으며, 한 대당 두 가지 색깔 이상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줄무늬와 세모 무늬 등 단순하지만 세련된 무늬들로 장식해 어르신들의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어두운 밤이나 해가 뜨지 않은 새벽에도 형광으로 빛나 최대한 위험하지 않으시도록 멋지게 변신시켜 드렸습니다. 또, 손수레 바닥에는 ’The power moving at the world’를 나눠 새겨넣어 어르신들의 자부심을 높여 드리고 싶었습니다.
디자이너들이 무언가를 디자인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디자인 씽킹’이라고 합니다. 이제는 일반인들도 이것에 많은 관심을 두고 모르는 사람들이 없을 정도입니다. 전문가들은 이 디자인 씽킹이 사용자와의 공감(empathy)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말합니다. 그것이 단순한 동정(sympathy)이 아니라 실제로 상대방의 입장을 경험해보는 심리적인 포옹이 우선해야 한다는 말에 동의했습니다.
우리에게도 조금이나마 이웃에 대한 관심과 공감해보려는 시도가 없었다면 평생에 어르신들의 손수레를 직접 만져볼 일이 몇 번 있었을까요. 손수레의 차가운 손잡이와 덜컹거리는 합판을 직접 살펴보고 만져보니 어르신들의 불편함을 이해하고 진정한 필요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따뜻하고 폭신한 손잡이, 안전하게 고정된 튼튼한 손수레 바닥은 그들에 대한 공감에서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어르신들은 몰라볼 만큼 멋지게 변신한 손수레를 받아보시고는 함박웃음을 지으셨습니다. 조금 더 튼튼하게 돌아온 손수레를 만족스럽게 살펴보시는 눈빛에 과연 좋아하실지 걱정했던 마음이 눈 녹듯이 녹았습니다. 이 손수레로 돈 많이 벌어서 자신도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하시는 어르신의 말씀에 우리의 마음도 뿌듯해졌습니다. 리어카 프로젝트는 단순히 손수레만 변신시켜드린 게 아니라 어르신들의 생각을 바꿔드리고 삶을 응원하는 일이었음을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주위를 돌아보고 이웃과 함께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해 환경을 개선하는 일은 디자인 그룹으로서 M4가 가져야 할 가장 큰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의 행복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일, 그리고 그 행복을 경험하는 이를 통해 또 다른 행복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전해지는 그런 미래를 꿈꿉니다. 이 작은 첫걸음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어져 나가길 그리고 더 많은 사람과 함께 실천해 나갈 수 있길 기도하며 다시 한번 다 함께 다짐해봅니다.